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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석도 누군가에게는 옥석이 될 수 있는가. 2025.03.23부모님 손을 잡고 온 어린이, 친구들과 함께 온 학생들, 느린 걸음의 뒷짐 진 어르신까지 떠나고 고요해진 박물관의 문을 닫습니다. 하루 유동인구가 10만 명에 육박하는 광화문, 우뚝 서 있는 기둥 위의 이순신 장군 앞에는 8차선 도로를 관통하는 교차 건널목이 있습니다. 건널목 위로 사람들이 밀물처럼 왔다 썰물처럼 사라집니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걸음에는 단 하나의 미련도 보이지 않습니다. 건널목 중앙의 복작한 버스에 뛰어들 듯 올라타 1분이라도 빠르게 가려는 사람들. 누군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나봅니다. 한때는 나도 그들과 같아 보이고 싶어 달음박질 뛰며 그 건널목을 빠르게 넘어 다녔습니다. 하지만 기다리는 이 없이 발을 놀리면 쉽게 길을 잃는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습..
김민식 『월급 절반을 재테크하라』,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영어와 재테크,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을 같은 저자가 썼습니다. 그걸 알고 읽은 것은 아니고요.2024년 7월에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2025년 4월에 『월급 절반을 재테크하라』를 읽었는데읽던 중에 같은 저자인 걸 알았어요. 리스트에 대기 중인 수 많은 책들이 있으니 작가나 출판사를 염두에 두지 않은 상태로 같은 저자의 책을 읽게 되는 경우는 정말 없거든요. 그래서 같은 작가의 책이 두 번이나 손에 들리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2025.04.12 2024년도 7월에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읽고 영어책 한 권을 외우는 것을 도전해봤습니다.근데 외우던 책의 뒷 표지가 보일락 말락하던, 남은 페이지가 아주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그만 뒀어요. 정확히 89일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존 윌리엄스 『스토너』 몇 번째 모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金의 추천 책이었습니다. 2024년도에 읽는 문학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읽는 시간 동안 후회가 없었던, 가장 완벽한 문학이었는데 읽은 지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기록을 남기는 중. 역시 너무 좋아하는 것은 선뜻 꺼내 보이기가 어렵네요. 2024.09.05문체가 너무나 완벽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요하게.특히 초반부를 읽으면서 내내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의 수채 풍경화가 생각났습니다. 서정적이면서 목가적인 분위기가 엄청 닮았거든요.읽고 나서 존 윌리엄스의 다른 소설, 『아우구스투스』와 『오직 밤뿐인』도 도전 했는데 두 작품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번역가분이 진짜 노력하셨나 봐요. 책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주인공 윌리엄의 일..
스토리에는 하트를 누르고 싶어요. 2025.05.24지인들의 인스타스토리에는 전부 하트를 누르는 버릇이 있습니다.그냥 소소한 일상이 행복했으면 해서요. 고백해보자면 저는 인간관계를 굉장히 어려워합니다.사람 앞에 서게 되면 내가 너무 오만한 이로 보이지 않는지, 내 언행에 문제가 있진 않았는지 끊임없이 검열하게 됩니다. 벌써 주변이들에게 들켰는지 모르지만 사람의 눈을 보는건 여전히 어렵고, 대화 속에서 적당한 반응과 대꾸를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능력이 균등하게 배분되어 있을텐데 저에겐 말하기 능력은 1도 주어지지 않아서요. 그냥 멀쩡해 보이는 가면을 쓰고 사회생활 중 만난 누군가들을 흉내내며 빳빳하게 서있는 것으로 상황을 무마시키고 있습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걸 항상 어렵게 생각했기 때문..
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작품을 양식 분석 혹은 작가론적 관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 해볼 것을 제안한 책입니다. 예술책 입문 뭐로 해야하는지 묻는 지인들이 가끔 있는데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해왔습니다.근데 수도 없이 읽은 책이지만 최근에 다시 읽었을 때 초심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단과 문단 사이에 생략된 부분이 많은 느낌? 이게 여기서 끊긴다고? 라는 의문이 드는 것들이 꽤나 있었음.그래도 열화당에서 나온 예술책은 항상 믿고 볼만 합니다. 이일『현대미술에서 환원과 확산』, 이내옥『문화재 다루기』, 제임스 케일『중국회화사』이런거 많이 읽었었는데... 처음 공부할때 원론적인 책이 진짜 부족하다고 느꼈거든요. 하지만 항상 부족한건 나였고^_^ 지금 생각해..
달팽이가 왜 부러운지 알게 되었다. 2025.03.293월 25일, 처음으로 자신만의 방을 구해보겠다며 호기롭게 나갔던 동생이 퇴근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절 보자마자 던진 말입니다.자신만의 낙원을 찾고 싶었던 동생은 사회로 던져진지 10일만에 쓴물을 들이켰고요.발 붙이고 살 곳 없는 이가 둘이 된 기념으로 요 며칠은 집을 보러 다니느라 바쁩니다.어제도 부동산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며 둘은 또 삭막한 대화를 했습니다. 나: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전일 운행하는 무인택시가 대중화될 텐데, 그때까지 집이 없으면 퇴근 후에 택시에 올라 그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8시간 후에 그 택시가 다시 우릴 회사로 데려다 주는 삶을 살려나?ㅋㅋㅋㅋ동생: 웬만한 디스토피아보다 더 무서운 소리를 하네.나: 그런 사람들은 무슨 명칭으로 불리게 될까? 택시..
조의준 『제재 전쟁: 트럼프의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 온다.』 '관세 전쟁'이라 불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연일 화제였습니다.철강, 자동차, 반도체... 얼마나 관세가 부여되고 경제가 악화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을 때 새로 가본 동네 도서관의 신간코너에서 발견한 책입니다.트럼프씨의 얼굴이 있길래(다시 등장한 그의 얼굴...) 당연히 관세 정책과 그에 대한 다가 올 경제적 여파를 이야기하는 내용인 줄 알았습니다.아니었구요. 달러 패권과 연관이 있습니다.2025.03.14달러의 영향력을 완전히 간과한 것 같습니다.2021년도에 중국인민은행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과 카이버 네트워크(Kyber Network), 이더델타(Ether Delta), 넥스(Nex)같은 탈중앙화거래소에 대해 읽은 적 있습니다. 기록도 남겼더라구요. 근데 달러 중심의 금융권을 탈피하려는 시도가 ..
마키아벨리 『군주론』 2025년도 독서모임의 첫번째 책이었습니다. 추천인은 金.플라톤의 『국가』와 비슷할 줄 알았어요. 전혀 아니었지만.굳이 비교하자면 『논어』?2025.02.21통치를 위해 필요한 군주의 태도에 대해 논한 책입니다.마키아벨리는 모세, 테세우스 등의 구약성서의 인물들과 체사레 보르자 같은 동시대인들의 사례를 들어 올바른 군주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는데 인물들에 대한 설명과 단어에 대한 미주가 많아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안정석의 『마키아벨리 읽기』라는 해설서와 같이 읽었습니다. 군주는 필요하다면 악으로 들어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독특합니다.  16세기면 종교적 교리에 따른 도덕성이 아주 중시되던 시기인데 비난이 두렵지 않았나봐요.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로렌초 2세 데 메디치에게 바친..
도널드 트럼프 『거래의 기술: 트럼프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2024년의 마지막 독서모임에서 高가 선정한 책이었습니다.분명히 2024년 11월 28일에 읽었다고 기록이 남아있는데 공사가 다망했던 연말연초라 모임이 미뤄지면서 꽤 오랫동안 제 책상 한켠을 차지하고 있던 책이구요. 책 표지와 눈 마주칠 때마다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는 거2025.03.22선택의 자율성이 있다면 유명인의 얼굴이 표지에 박혀 있는 책을 선택하지 않습니다.책 표지에 얼굴을 '박제'하는 것에 관하여 북 저널리즘(BOOK JOURNALISM)의 bkjn review 시리즈 중 [교황과 정치인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라는 글이 있는데요. 표지에 얼굴을 넣는 사람은 정치인과 교황, 둘 중 하나라고 합니다.  유권자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기 위한 이 일종의 나르시시즘적인 행위는 낭세녕의 ,  다비드의 ..
저임금 전문직 2025.02.19 수요일 저녁, 일주일 중 남은 시간과 넘겨온 시간이 슬슬 같아지는 시기.3일을 겨우 보낸 이번 주는 복잡했다. 2025.02.17 월요일 출근한지 15분쯤 지났을 때 걸려온 전화에 업무 구멍을 알아차렸다. 수습한다고 금이 간 바가지를 1시간 동안 이리저리 고쳐 두었는데 알고보니 완전히 깨진 바가지였다. 이걸 한달동안 수습할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점심시간, 열리지 않는 도시락 뚜껑과 한참 씨름하고 있는데 기자가 찾아왔다. 기자증을 당당히 내 얼굴에 드리밀며 기사를 쓸 거니 자료를 내놓으란다.어디서 반말이신지... 이쯤되니 프레스 포비아가 될 것 같다.오후 2시, 고용주 측에서 전화가 왔다. 항상 카톡으로만 연락하던 챗봇은 아니다.이곳에 근무한지 10년에 가까운 청경반장님도 얼굴을 본 적..
서울시발레단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 7월의 가장 잘한 소비: 서울시발레단 패키지 구매아니 발레 공연 두개 합해서 72000원????? R석인데???????  7-8월의 방학 프로그램, 수장고 유물 열람해달라고 한달 동안 나를 괴롭힌 샤대 박사 빌런, 어처구니 없는 허리 부상, 소방서의 화재 오류 신고, 내가 왜 진행해야하는지 모르겠는 기업행사의 도슨트 업무와 기획전시 예산 부족으로 인한 전시업체들의 퇴짜 등 구구절절한 여름시즌 역경을 지나 드디어 나만의 여름휴가를 즐기러 갔슴니다... 공연장은 옛날에 뮤지컬을 관람했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2024.08.23발레 공연이라고 하면 클래식 발레를 기본적으로 떠올립니다. 튜튜 입은 부드러운 발걸음의 무용수들이 나오는 그거요. 하지만 서울시발레단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은 고전 발레와는 조금 ..
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 3연속 문학 이게 뭔 일이고.. 진짜 읽는 거랑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별개라는 점.문학을 읽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라는 신조에 어긋남.  동생이 추천하길래 봤습니다. 걔도 진짜 지같은 것만 읽어요.2024.07.12보통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부정어를 말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특히 상부의 지시나 요구사항은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바틀비는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발언으로 상사로부터 하달 받은 업무, 타인과 관계를 쌓는 일, 더 나아가 사회의 암묵적인 규칙까지 모든 것을 거부합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바틀비의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표현은 매우 불편하게 느껴지는데, 이건 아마 사회, 경제적 규범 안에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내'가 존재할 때 허용되지 않는 발언이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