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은 물체, 회화매체, 회화적 재현이 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공간을 나누고 그림을 그리는데 이상적인 화면을 제공하는 중국의 오래된 그림 형식 중 하나입니다. 건축적 공간을 구획하는 3차원의 물체로서, 그림을 그리는 2차원의 표면으로서, 시각적인 은유를 제공하는 그려진 이미지로서 병풍은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 속의 그림: 중국화의 매체와 표현(The Double Screen: Medium and Representation in Chinese Painting)』의 저자 우훙은 1장에서 중국화의 주요한 형식이자 통속적인 회화 모티프인 병풍을 분석하면서 병풍이 중국미술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서술하였습니다. 동양미술 분석에 대한 사고를 넓이고 싶다면 읽어봐야할 책입니다.
문제는 꽤나 오래전에 절판되었습니다^^.. 안팔아요.. 빌려보세요...
아래는 3년 전 공부할 때 써둔 내용(내가 내 것을 읽으면서 뭔 소린가 싶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1.04.22
우훙의 『그림 속의 그림: 중국화의 매체와 표현(The Double Screen: Medium and Representation in Chinese Painting)』은 중국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제시하며 병풍을 실례로 삼아, 그림을 회화 매체이자 회화적 이미지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책의 1장 <서론:병풍> 부분을 중심으로 중국화를 이해하는 우훙의 두 관점, ‘매체’와 ‘표현’에 대해 서술 할 것이다.
저자는 그림을 분석하는 방식에 대해 양식과 도상학의 내재적 분석이나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배경의 외재적 연구로 흐르는 경향을 비판한다. 대신 병풍을 중심으로, 회화에서 드러나는 병풍의 기능을 분석하고 있다. 병풍은 하나의 구조물로 기본적인 기능은 공간을 분할하는 것이었다. 병풍을 세우는 활동을 통해 하나의 공간이 두 영역으로 나누어질 수 있게 되며, 이런 특성은 장소의 주인을 명확히 하고 인물의 권위를 높일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다. 따라서 초기 병풍은 앞에 앉은 인물의 배경이자 강력한 위계질서의 상징으로 사용되었으며, 독립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는 대상이었기 때문에 개별적인 그림으로 인지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대 이후 병풍은 의례용 기물과 분리되었고 틀이 있는 그림의 일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병풍이 배경이 아니라 관람할 수 있는 그림으로 독립적인 가치를 가지게 되면서 병풍과 소유자 간의 새로운 관계가 탄생하게 된다. 특히 회화 이미지로써 병풍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병풍은 그림 속에 그려지기도 하는데, 본래 병풍이 가지고 있던 속성이 그림 속에서도 구현되었다. 그림 속의 병풍 이미지가 그림의 공간을 구축하는 환유적 기능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 두진의 <골동품 감상>을 보면 그림 안에 구현된 두 병풍 이미지가 인물들이 있는 공간을 나누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병풍을 통해 그림 속의 인물을 특징지을 수 있는 은유적 기능도 함께 나타난다. 남자 뒤에 있는 구름과 물결이 그려진 병풍은 틀의 섬세한 투각 문양을 통해 앞에 있는 인물이 고위 관리임을 상징한다. 반면 옆의 병풍은 앞서 말한 고위 관리의 병풍보다 얇고 약하며 조각된 나무 테두리도 없어 앞에 있는 순종적인 여성의 모습과 연결된다. 병풍의 이미지가 개별적인 장소를 한정하고 인물과 사건을 묘사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 작품에서 병풍은 시간성까지 표현한다. 그림에는 시동이 두루마리 그림을 가져오고, 손님과 주인이 골동품을 살펴본 후, 그것을 여인이 정리하는 골동품 감상의 연속적인 세 단계가 표현되어 있다. 이 세 장면의 구성은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이어지는 지그재그 선을 따라 배열되어 있는데, 이런 시간의 분리를 병풍이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또한 병풍의 존재가 앞의 남성을 강조하면서 남성이 이야기의 초점이 되며 상대적으로 여성을 주변적 존재로 보이게 만들며 이는 병풍이 전통적인 중국 가정에서의 남녀 위계질서를 반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그림 속의 병풍의 이미지는 구조적인 요소로서 형식적인 차원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그림의 사회적, 정치적, 지적 지형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주의깊게 볼 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저자가 중국화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에서는 전통 중국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이미지를 담는 물체’와 ‘그려진 이미지’라는 두 가지 각도에서 중국화에 접근한다. 이런 접근법을 위해 선택한 것이 병풍으로, 이 책에서 병풍은 예술적 상상이 일어나는 중요한 장소이자 문화적 관습을 정의하는 건축적 장치로 이해되었다. 단순히 그림 안의 도상에 집중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림을 실재하는 매체로써 인지하는 것은,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바라보는 관람자의 시선, 작품이 존재하는 장소까지 그림을 삼차원적으로 분석해야 함을 상기시킨다. 이는 족자나 병풍, 두루마리 등으로 이루어진 동양화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매체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함을 알려준다. 두 번째로는 그림 안의 병풍을 ‘병풍 이미지’로만 인지하지 않고, 공간을 분할하는 본래적 특성에 집중하여 그림 속의 공간 분리까지 이루어낸다고 주장한 방식이다. 병풍의 기본적인 사용방식은 공간을 둘로 나누는 것에 있었다. 이에 저자는 병풍이 그림 속의 이미지가 되어도 같은 속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유추하여 그림의 공간을 분석하는 방식에 병풍을 사용하였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이는 도상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매체를 중심으로 그림 속의 공간구성을 읽어낸 관점이 인상적이다. (나머지는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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